2022/07/12

방장이 생각하는 마피아류 게임에 대한 고찰




 마피아류 게임.


 이 게임을 정의하자면, 흔히들 마피아(해외에서는 주로 늑대인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들은 비록 수는 적지만, 누가 아군인지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는 강력한 소수이다. 보통은 상호 간의 팀워크를 통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망치는 것이 목적인 그룹이다.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시민들은 마을 내 반동분자를 제거하거나, 특정한 공동의 임무를 달성해야 한다. 비록 수는 많지만, 나를 제외하면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같이 일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과연 누구를 믿을 것인가, 누구를 믿지 않을 것인가의 딜레마 속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즉, 정보가 있는 소수의 방해 vs. 정보가 없는 다수의 정보를 얻기 위한 신뢰와 정치질 게임으로 정의되는 게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게임은 필연적으로 소수가 다수에 쉽게 스며들기 위해 "배신"이라는 요소가 포함되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런 게임들은, 결국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여 정보를 얻느냐, 혹은 친해질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그 사람과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느냐로 승부가 갈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는 시민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사람을 잘 못 파악하여 마피아와 손을 잡는다면 언젠가는 "배신"에 당하게 될 것이고, 잘 파악하여 시민과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또한 억울한 "배신"에 당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인간 군상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간단한 규칙에 비하여 정말 매 판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흐름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말 잘 짜여진 규칙들과, 그 규칙을 완전히 이해한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사회의 갈등을 옮겨 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필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마피아류 게임을 매우 좋아해서, 거의 매일 점심시간마다 학교의 친한 친구들을 모아 마피아 게임을 했었다.


 특히, 진행병이 있는 방장은, 그 게임의 사회를 직접 보면서 규칙을 더 어렵게 만들거나 더 다양한 심리전을 유도하기 위한 규칙 수정, 경기결과 통계까지도 담당해 왔었다.


 당시에도 나와 내 친구들은 이미 평범한 마피아를 하는 수준은 넘어섰고, 다양한 직업을 추가하여 모두에게 각기 다른 능력을 주고 그 능력끼리 상호작용하는, 특별하고도 수준 높은 마피아를 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진 고등학생 때에는, 참 많은 마피아류 게임을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공부하느라 바빴던 고3일 때도, 시간을 내서 플레이하곤 했었다.


 그러나 나의 마피아류 게임과 인연은 여기까지, 고등학교 이후로는 계속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기에,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과 교육 목적으로 한 적을 제외하면,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즐겨서 게임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참 이렇게나 재미있는 게임이 왜 이렇게 마이너한지... 나중에 시간이 지난다면 사람들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알아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내가 경험한 마피아류 게임들은 기억 속에서 저 멀리, 추억의 지평선 너머로 보내버리고 세상 속에서 점점 잊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난 어느 날,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어몽어스라는 게임이 있으며, 이는 마피아류 게임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드디어, 내 기억상으로는 인터넷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심해 어딘가에서 하는 사람들만 하던 마피아류 게임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일을 하느라 도저히 게임을 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마피아류 게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사실에 나름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단 한 판도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얼핏 유튜버들의 플레이 영상만 본 어몽어스는 명성에 비하여 과연 이 게임의 설계자는 마피아류 게임을 제대로 이해했나 싶은 정도로 게임의 완성도가 조잡했다.


 물론 이는 어몽어스의 제작진을 비하하거나 그 유저를 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순전히 오만하고 거만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수준 낮은 기준일 뿐이다.


 다만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마피아류 게임이 재미있어지는 요소는, 누가 뭐래도 "배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며,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100% 배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마피아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요소라는 사실에 대해선 타협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강경하게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다시 이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마피아류 게임은 기본적으로 정보가 있는 소수의 방해 vs. 정보가 없는 다수의 정보를 얻기 위한 신뢰와 정치질 게임이다.


 예시를 들겠다. 이제 우리는 마피아 게임을 진행할 것이다. 그런데 게임 자체가 "너는 시민이야. 그러니 시민은 마피아를 찾아 죽여." " 너랑 너, 두 명은 마피아야. 시민 속에서 살아남아" 이런 단순한 구조로 설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런 단순한 게임조차도 정작 플레이를 해 보면 완전 단순하게 흘러가진 않는다.


 누가 마피아인지 찾아야 되는 평범한 시민은, 정보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 게임을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게임 속 상황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다. A가 B와 말싸움을 하고 서로가 마피아라고 주장하며 적대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A가 마피아인데, 선량한 시민인 B를 몰아가서 죽이려고 하는 것이거나, 그 반대일 것이다."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결국 선택의 순간이 온다.


 A를 선택했다가, A가 마피아라면 결국에는 배신당하고 게임에서 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B와 함께했다가 B가 마피아라면, 나중에는 B에게 배신당하게 게임에서 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A와 함께하는가? B와 함께하는가? 에 대한 공포와 딜레마가 유지되는 게임이다.


 즉, 기본적으로 마피아류 게임은, 배신당하여 홀로 버려지고 싶지 않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게임인 것이다.






 최소한의 마피아 게임은, 위에서 언급한 "배신" 할 것인가? "배신" 당할 것인가? 의 개념이 게임 내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 한 번은 등장한다.


 그런데, 만약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이 "배신"의 기회와 가능성을 늘린다면 어떤가?






 이제 위 예시에 또 다른 예시를 추가해보겠다. 경찰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넣어보는 것이다. 경찰은 누가 마피아인지 특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특정한 확률로 알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경찰은 그래도 시민보다는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시민들이 의지하기는 매우 좋을 것이며, 시민은 경찰에게는 "배신"당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렇게 시민은 쉽게 연합을 구축할 수 있다.


 시민의 약점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약점은 경찰이라는 존재로 인하여 더 이상 큰 단점이 아니게 된다. 이젠 다수결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시민들이 정보를 바탕으로 절대적인 "신뢰"가 구축되는건 순식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피아가 이기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이를 상대해야 하는 "마피아"는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절대적 신뢰를 무너뜨려야만 승산이 있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인이 더 빠르게 경찰을 찾아내어 먼저 죽여버리고, 내가 경찰인 척하면 된다.


 따라서, 시민도 또한 경찰을 100% 신뢰할 수 없다. 이 경찰이 진짜 경찰인지, 아니면 마피아가 경찰인 척 연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깐...


 마피아는 또 한 번, 시민에게 경찰을 믿는 행위는 "배신"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시민은 경찰을 믿는 선택을 하면서도 "배신" 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신뢰할 것인가?


 이런 "배신"의 요소가 추가된다면, 한 게임에서 여러 번 선택의 딜레마가 오게 된다. 이는 더 높은 수준의 스릴과, 어떻게 해야 내가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를 고민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위 사실이 이해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여기서 마지막 예를 들어보자.


 만약, 시작하자마자 경찰이 모든 플레이어들게에 공개되며, 어떻게 되더라도 절대 죽지 않는 존재가 된다면? 그래서 모든 시민이 이 경찰을 확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제 시민은 "배신" 당할 일이 없다. 100% 절대적인 신뢰가 구축된다.


 이제 이 게임은 모두가 사실만을 말하고, 이젠 더 이상 아무도 "배신" 당하지 않는다. 괜히 거짓말 하는 사람은 마피아이거나 그들 도와주는 트롤이 되어버린다. 마피아는 경찰에게 확실하게 발각되거나, 그 전에 자수하거나, 두 가지의 선택지만 남는다.






 이제 마지막 예시의 게임은, 처음의 게임에 비해 더욱 재미있어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배신"이라는 요소가 없어지는 순간부터, 마피아류 게임의 재미는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아니, 더 이상은 게임이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린다.






 게임의 설계자는, 위 사실을 염두하여 "배신"이라는 요소를 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런 배신이 여러 번 등장하게 만들수록, 게임의 흥미도는 올라간다. 여기저기에서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여, 누구에게 배신당할지 모르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보통은 비교적 재미없다는 시민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정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는 공포는 극단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반대로 배신이라는 요소가 없어지거나,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플레이어의 위험도 올라가기 때문에 결국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인 구조로 설계된다면, 그런 게임은 모두가 사실만 말하는 아무런 반전이 없는 뻔한 결말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몽어스는 이러한 "배신" 요소들을 극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가?


 계속 여러 모드가 추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몽어스는 미션하는 시민과 그 시민을 죽이는 임포스터 간의 싸움이다. 이는, 마피아 게임을 하면서 마피아 - 시민 단 두 직업만 넣고 하는 마피아 수준이 아닌가?


 게임 내 "배신"이라는 요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않을지에 대한 딜레마? 진짜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냥 아무도 믿지 말고 내 미션이나 열심히 하면서 옆에 누가 다가온다면 무조건 도망가는 편이 승리에 더 이롭다.


 어몽어스에서 마피아 포지션인 임포스터가 돌발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 명이 뭉쳐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임포스터는 다른 시민을 죽일 수 없다. 시민 입장에서도 죽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이는 임포스터 또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만든다. "배신"이 완전히 차단된 게임이다. 이것이 진심으로 정말 재미있는 게임인 것인가?


 내가 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지, 얼마나 믿을 것인지 등 마피아류 게임이 가지는 무서움, 소수인 마피아로서 다수인 시민들을 이용하다가, 적당한 때에 뒤통수를 치는 배신의 즐거움, 배신당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가진 제한된 정보를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야 하는 시민들. 이런 재미있고 긴박한 게임의 구도를 살리기 위해 어몽어스는 어떤 요소를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유명세를 탄 게임치곤 작품성이 너무 아쉬웠다. 게임의 설계 부분에서, 마피아류 게임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진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면, 왜 하필 유명해도 이렇게 조잡한 게임이 마피아 게임의 대명사처럼 유명해지나, 이걸 보고 마피아류 게임은 참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오해하겠다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내 일에 열중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십 개월이 더 지나고, 결국 어몽어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망겜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도 몇 개월이 더 지났을 무렵. 내 귀에는 또 다른 마피아류 게임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그 타이밍에 나는 전에 일하던 직장도 그만뒀다.


 처음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게임을 몇 판 플레이해봤다.


 어몽어스보다는 이곳저곳에서 훨씬 잘 설계한 게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게임을 하게 되었고,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기도 하고... 다른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까지도 찾아보다가 게임을 50시간쯤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쏟고 나서 보니, 이 게임도 정말 많은 문제들이 보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마치 중학생 때 마피아 사회를 보던 나처럼, 이 게임은 방장이 된다면 많은 부분을 자유롭게 설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노력하여 이를 극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다른 사람 방에서 들어가서 주로 게임을 하던 내가, 방장이 되어 게임의 설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가해 주는 방의 인원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무조건 다 맞춰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중엔, 그냥 내 마음대로 말도 안 되는 이런저런 설정을 변경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방장으로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만 합쳐도 추가로 120시간이 넘게 되었다. 그렇게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하여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경험으로 알아낸 몇 가지의 사실들은, 나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요소였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알아낸 사실 몇 가지를 공유하여 많은 사람들과 즐거운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서울의 PC방 어딘가에서 구스구스덕을 플레이하고 있는,

여러분의 [ 방장/성인마필12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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